
[짤방은 찜질방하면 생각나는 그녀, 김삼순]
그제가 설날이었지요. 다들 설은 잘 쇠셨나요? 저는 지하철로 2시간 반 떨어저 있는 본가에 다녀왔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토요일.. 몇시간만 지나면 일요일이네요. 연휴가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에요. 그런 연휴의 마지막쯤에 생각이 났습니다. 목욕탕에 가야겠다! 라고.
지금이 칠팔십년대도 아니고 연중행사로 돌멩이 들고 목욕탕에 가서 단체로 국수를 제작하는 것은 이제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인데 말이에요. 스무살 이하라면 '뭐야그거더러워' 라고 말하며 살짝 뒷걸음질 칠 정도려나. 하지만 딱 우리 윗세대, 어머니아버지 세대는 그렇게 지내왔대요. 사실 저도 어릴때 그렇게 일년에 손꼽을정도로 목욕탕에 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목욕탕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우나를 너무너무 사랑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일주일에 한번정도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명절때만 되면, 특히 설이 되면 갑자기 목욕탕 지수가 쫘악 올라가는게 느껴저요. 아마도 이것은 더러움을 씻어낸다는 의미보다는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알차게 새해를 맞이하려고 하기 때문이겠죠. 아니면 외계인에게 조작당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고.(?)
어쨌든,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목욕탕으로 출발했습니다. 아, 정확히 말하면 찜질방이네요. 저희집 근처에는 큰 찜질방이 두 군데 있는데 Y찜질방과 S찜질방이 있답니다. Y찜질방은 오피스텔 건물의 지하에 있는데, 아직 한번도 못가봤지만 시설이 꽤 괜찮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S찜질방은 두어번 가봤는데 제가 이제껏 가봤던 찜질방중에 시설이 제일 큽니다. 오늘은 한번도 안가봤던 Y찜질방에 가볼까 하고 Y오피스텔앞에 도착했는데, 뭔가 이상한 공기...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몰려 있네요. 자그마한 엘리베이터에 겨우겨우 올라타서 지하로 내려가 보니, 세상에...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ㅇ<-< 살다살다 찜질방앞에 줄서있는모습은 처음봤어요. 이것이 설날파워인가... 도저히 기다리지는 못할것 같아서 바로 돌아나와 S찜질방으로 향했어요. 꽤 큰 곳이니까 들어갈수는 있겠지~ 라는 마음에.
S찜질방 프론트 앞. 사람들이 역시 바글바글합니다만 줄을 서 있지는 않았습니다. 겨우 프론트까지 왔을 뿐인데도 평소의 5배이상은 되는듯한 인파에 잠시 어질해젔지만, 어쨌든 나왔으니까 꼭 가야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무리해서 들어갔습니다. 프론트의 언니가 겁을 주는군요. '오늘 이용고객이 많으셔서 많이 붐비시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님, 높임말이 춈 이상해요) 뭐, 옷장열쇠는 남아있죠? 그냥 들어갈게요' '네. 여깄습니다.(행운을 빕니다...라는 눈으로 처다봤다)'
옷장에 옷과 짐을 넣어두고, 간단하게 씻은 뒤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찜질방쪽으로 갔습니다만...

뭐야 이 인파는...!
우와 정말 빈틈없이 꽉꽉 들어차있는 엄청난 사람들, 거기에 꺄꺄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꼬꼬마들까지... 완전 아수라장이 따로 없더군요. 제가 찜질방을 찾아다닌지 한 7년정도 되었습니다만 그런 인파는 처음이었어요. 설연휴에 와본것이 처음이라 그럴수도있겠지만 진짜 이정도일줄은 몰랐거든요.
S찜질방은 꽤 큰 축에 끼는 찜질방인데, 좁아보일 정도였다니까요.

가운데 쉼터에는 발 디딜틈 없을 정도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황토방 등의 이용객은 생각보다 적더군요. 자리가 있어요! 앉을 수 있어! 음, 아마 꼬마들이 많아서 뜨거운쪽에는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었나봐요. (그래도 평소에 비해 많긴 하지만) 대신에 얼음방 등에는 초딩들이 처들어와서
어디도 들어가지 못하고 간이 의자에 대충 걸터앉아 중앙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무한도전을 보면서 껄껄 웃다가, 그것도 시들해저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놀았는데, 자는사람, 만화책을 읽는 사람, 문자질을 하는 사람, 간식을 쉼없이 먹는 사람, 닌텐도를 하는 사람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닌텐도는... 돌아다니면서 알아본결과 여자분들이 많이 하고 있었고 거의다 동물의숲을 하고 있다는것으로 조사되었어효. (10명정도였지만..) 송혜교양의 광고가 이나영양의 그것에 비해 영 거시기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광고효과가 꽤 있었나봅니다. 요즘은 진짜 너도나도 동물의숲만 해서 소외감이...훌쩍.
그런데 그 순간,
어떤 남자분에게 딱 핀트가 맞춰젔습니다. 주위에 꼬마들이 찜질복을 위아래 거꾸로 입고 괴상하게 뛰어다니고 있던말던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미 제 눈에는 그분의 손에 들린 그 물건만이 보였습니다. 으와 세상에 여기서 저걸 해?
응, 그러니까 그 분은.. 왼손에는 플라스틱을, 오른손에는 니퍼를 들고 있었어요.
알기쉽게(?)설명하면 왼손에는 건담을, 오른손에는 니퍼를 들고 있었어요. 히약. 진짜냐! 당신 찜질방에서 건담을 조립하고 있는거야?ㅠㅠ 뭐..무엇을 하든 기본적으로 상관이 없긴 합니다만, 설마 이런 번잡한곳에 건담을 들고와서 조립하는 사람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나이는 제 또래 정도 되었을법한 남자분 이었습니다. 그분 주위만 공기가 달라요. 시간이 느리게 가고있는 것 같은 느낌. 짱입니다요.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니 별별 특이한 사람도 많네요. 사람에 치여서 고단할 뻔 했던 찜질방 기행에 큰 기쁨을 주신 이름모를 그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역시 나오길 잘했어...가 아니라, 목욕탕쪽에도 사람 너무많아아아아. 탕 속에 들어가 앉아있으니 10인분짜리 삼계탕이 된듯한 느낌.

연초부터 사람구경한번 제대로 하고 왔습니다. 아마 이제 다시는 설에 목욕탕 안 갈듯...^ㅂ^




덧글
레키 2008/02/10 00:01 # 답글
- ...오오 건덕후 오오......
농담이빈다.
그나저나 저 붐비는 곳에서 조립이라니;; 부품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그걸로 끝일텐데요 ㄷㄷ 용자신듯
☆Elin 2008/02/10 00:03 # 답글
용자 탄생이군요 ㄷㄷㄷ 흠좀무;;
아이리스 2008/02/10 00:08 # 답글
허허... 참 대단한 용기네요. 그렇지만 위험부담이 클텐데요 -.-
사키히로 2008/02/10 00:14 # 답글
...어째서 마지막에 건담샵(...)수고하셨습니다!!!
2008/02/10 00:5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Machine 2008/02/10 00:51 # 답글
푸하하 인파에서 뿜었습니다 ㅠㅠ;
ZAKU 2008/02/10 01:21 # 답글
뭐지...마지막에 건답샵 광고인가...어떤 사람은 찜질방에 레고 10182 카페코너를 들고가서 조립했다던데...
토끼 2008/02/10 01:45 # 답글
원래 찜질방은 설날이랑 연말이 대목이거든요~그나저나 그 남자;;; ㅎㅎㅎ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왠지 멋지네요!!
MCtheMad 2008/02/10 03:13 # 답글
무섭네요...
유월향 2008/02/10 09:55 # 답글
찜질방에서 건담(이든 뭐든) 조립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주위의 시선보다는 부품을 잃어버릴까봐... ㅡ_-);;;
(집에서 해도 잃어버리는데;;;)
하여튼 대단하네요...;;;
저도 설전전날에 찜질방 갔는데...
사람 바글바글... 웩;;;
강설 2008/02/10 11:44 # 답글
강적이군요.
흑염패아르 2008/02/10 11:55 # 답글
연휴전에 가야합니다. ㅡ.,ㅡ;;; 그래도 갔다가 사람들에 치이긴 했지만 좀 덜했어요.
Ryunan 2008/02/10 14:01 # 답글
수...수고하셨습니다;;;
제타비스트 2008/02/10 19:17 # 답글
중계동 2001아웃렛 옆에있는 시엔미 찜질방은 아니죠?;;;;쿨럭;;;
ananas 2008/02/10 20:29 # 답글
와아 ㅋㅋㅋ 무서워요. 그 조립하는 분 신기 ㅋㅋ왠지 이글루스인이어서 이 글을 읽을 것만 같아요.
거듭제타 2008/02/10 22:09 # 삭제 답글
와하하........제타비스트님, 엄청난 댓글을 손수........... !!!
^^ 반갑습니다.~~~
수수한벗 2008/02/10 23:17 # 답글
으핫.. 안녕하세요 제타비스트님! 같은날짜에 비슷한 글이 올라와서 놀라셨지요? 저도 놀랐답니다. 으흣... 제가 간 곳은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찜질방이었어요. 다행히(?)다른곳이었나봐요~ 다른 찜질방 이었지만 그래도 신기하네요~:)
금정산까마구 2008/02/11 00:46 # 삭제 답글
훗! 복닥이는 인파사진에 웃었습니다. 좋은 새해 되시길... ...
구만리 2008/02/11 02:13 # 삭제 답글
케로로..
sopk 2008/02/11 02:23 # 삭제 답글
화재무섭네요 불조심
Promi 2008/02/11 19:29 # 삭제 답글
그분... 왠지 히○군 같아서 무섭습니다.히○군도 장소와 시선을 가리지 않고 건○을 조립하려고 들기 때문에... 궁시렁궁시렁.
이 포스팅 좀 보고 반성하라고 해야겠어요.
하이얼레인 2008/02/11 19:50 # 답글
찜질방에서 건프라라니! 나이스한데요'▽'? 저도 꼭 해봐야겠(......)
민쓰 2008/02/11 22:43 # 삭제 답글
으하하하하하하하;;저 인파사진 완전 굿해설이네요
어떤정도였는지 상상이 감;ㅗ;
티컵 2008/02/22 18:17 # 답글
사진 보고 알았습니다, 그 찜질방. ㅋㅋ 저도 지지난 연휴에 함 갔다가 압사(뛰어댕기는 초딩들의 발에)하는 줄 알았지요. 인파 사진이 제대로네요.아는 곳 사진이라 반가운 맘에 남겨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