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일본 아키타 여행기 #9. 자전거를 타고 다자와호수를 달리다 여행기

반찬 하나하나에 다 따로 돈을 받고, '덤'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든 야박한 나라로 알려진 일본.
그러나 딱 두 가지, 야박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첫번째는 우산. 일본의 지하철역이나 시골의 간이 정류소 등에는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급히 우산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우산을 빌려주는 시스템이 잘 정착되어 있다. 물론 쓴 사람들이 다시 잘 돌려놓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긴 하지만, 규칙을 잘 지키는 일본인들은 어떻게해서든 우산을 원래자리에 돌려놓는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노면기차를 타러 갔던 '아니아이'역에 비치되어 있던 무료 우산들]

그리고 두번째는 바로 자전거. 일본의 기숙사나 작은 전철역, 그리고 숙박업소 등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발견 할 수 있다. 이곳 이스키야 호텔에서도 투숙객들을 위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주는 서비스가 실행 되고 있었다. 어제 호텔에 들어가다가 입구 옆에 자전거 여러대가 놓여저있는것을 보고 혹시나 싶어 프론트에 물어봤더니 무료로 빌려주는것이 맞다고 하셔서, 아침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다자와호를 살짝 둘러보고 오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일단 가기전에 밥부터 먹고^^; 호텔조식은 뷔페식이었다. 나는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밥 위주로 꾹꾹 담아 왔다. 큰 접시에 놓여있는 커다란 멸치같은 저 생선은 '하타하타'라고 하는, 아키타의 명물중에 하나이다. 머리하나 남기지 않고 그냥 씹어먹어야 한다고.

음식을 담고 있을때, 종업원이 다가와서 '계란은 오믈렛으로 하시겠습니까 스크램블 에그로 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어보길래 잠시 고민하다가 스크램블 에그로 주문한 것. 계란이 딱 적절하게 익어서 굉장히 맛있었다. 배에 공간이 좀 남아있었으면 오믈렛도 같이 주문 해 버렸을텐데. 아쉬웠다. 분명 맛있었을텐데...!

후식으로 커피까지 든든히 챙겨 마시고 밖으로 나왔다. 이른시간이라 차도에 달리는 차들도 없고, 인적도 드물다. 길은 잘 닦여진 평지라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 왔고, 한쪽에는 푸른 녹음이, 또 한쪽에는 다자와호의 시리도록 푸른 물빛이 눈을 황홀하게 해 주었다. 이런 멋진 길을 달릴 수 있다니. 차를 타고 달릴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래서 내가 자전거를 사랑한다.

핸들 앞쪽으로 큰 바구니가 달려있는 자전거였기 때문에, 들고나온 크로스백을 그 안에 넣고 핸드폰MP3의 볼륨을 최대로 올려 음악을 들으며 페달을 밟았다. 가끔 한대씩 지나가는 차들도 내 옆을 지나갈때마다 속도를 낮추고 중앙선을 넘어 멀찍이 떨어저서 달려주는 고마운 배려를 해 주었다. 크락션을 울리거나 바로옆에 딱 붙어 위협을 하는 차는 단 한대도 없었다.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져있는 패키지 여행이었지만, 새벽녘에 이렇게 홀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마치 혼자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넓고깊은 다자와호를 바라보며 담배를 한대 빼물... 아니아니,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중에는 누구나 다 피곤하고 아침에 좀 더 자고싶은 마음이 간절할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면 남들이 느낄 수 없었던 것을 체험하고 오는 행운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조용한 다자와호반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느꼈던 그 감정을 여러분들도 꼭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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