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9월 21일
일본친구와의 즐거웠던 6일간의 여행기
이 글은 2004년 9월의 중순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의 짤막한 추억이랍니다.
이제 벌써 '추억'이 되어버려서 너무나 아쉽지만,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엔 너무 즐거운 기억이어서 이곳에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스크롤 압박 주의!)
----- 9월16일 목요일 -----
일본어 학원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모시모시, 히로시 야스토 데스가...'
아, 야스토군이었다. 부산에 잘 도착해서 지금 KTX를 타기 직전이라고.
혼자서 18시간동안 배를 타고 부산까지 오다니, 정말 대단하다.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은 3시 30분.
수업 끝나고 출발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응. 지금 출발할께. 이따가 만나!'
오후 3시. KTX 4번 대기소.
열차 도착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사말을 적어놓은 쪽지를 조금 들여다보고 있으니 열차가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렀다. 창문으로 밑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려오고 있다.
야스토군의 얼굴은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지만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군인모자를 쓰고 있다고 했으니 틀림없이 저 사람 이겠지.
게다가 커다란 가방까지 매고 주변을 끊임없이 두리번거리고 있다.
인사하려고 다가가는데, 옆에 왠 아저씨가 한 분 서 있었다.
둘이서 뭔가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있고...음...? 분명 혼자 온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오는 배안에서 만난 아저씨라고 한다.
작은 회사의 사장님이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도어록 판매 사업을 한다고..
부산에 도착하고나서는 둘이 같이 밥도 먹었다고 한다. 헤에...
야스토군은 원래 2호선 합정쪽에 숙소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그 아저씨가 '서울은 비싸니까, 안양쪽에 알아봐. 그쪽이 더 싸니까.' 라며 함꼐 안양으로 가잔다. '안양은 안좋은 업소도 많고 서울에서 머니까 여행자한테는 불편할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들은 어느새 안양으로끌려가고 있었다.
버스는 광속의 속도로 달려서 안양에 도착했고, 생각했던대로 굉장히 후미진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위험했을지도...orz
아저씨는 갑자기 자기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 가자며 허름한 건물의 2층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차를 내어 주고 잠시 기다리라며 자기 업무를 보기 시작... 에?(...) 내일 뭐할꺼냐고 묻길래 '경복궁이랑 서울타워랑 인사동..같은데 갈꺼에요' 라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자기가 내일 무슨 모임이 있으니 거기에 함께 가잰다. 밤에 캠프파이어도 하니까 재미있을꺼라고.
아저씨 회사 사무실에서 잠시 한컷. 웃고있지만 초긴장상태-_-;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금은 조금 늦어버린걸지도 모르지만, 역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저씨한테 딱 잘라 말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예정을 잡고 온 거고, 서울에 숙박할곳도 미리 예약을 해 둔 상태라서 아저씨랑 같이 가지는 못하겠다' 라고.
물론 내가 말했다. 일본 친구는 그냥 계속 헤헤웃고있는 상태(...)
아저씨는 조금 섭섭한 얼굴을 약간 짓더니, 그럼 그렇게 하라며 잘가라고 했다.
사무실에서 나와서 주변사람에게 지하철역이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이 근처에는 없다고(...) 겨우겨우 서울가는 버스정류장을 찾아내서 숙소에 도착.
'야. 아까 왜 아저씨한테 확실하게 말 안했어? 숙소 미리 예약했다고 해야지'
라고 했더니,
'아..그건 그렇지만 그 아저씨 나한테 밥도 사줬고 차 요금도 내줘서 너무 고마워서... 근데 사무실까지 간건 좀 그렇네.'
...위험하잖앗; 좀더 몸을 사려줬으면 좋겠는데.
뭐. 어차피 남자니까 상관없으려나...
짐을 풀고나니 어느덧 7시가 다 되어서 이미 관광을 하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뭐할까? 영화라도 보고싶어?'
'좋아. 한국영화 보고싶어. 예쁜 배우 나오는걸로' (...)
안타깝게도 '예쁜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없었기 때문에 '가족' 을 봤다.
친구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어서(한국어는 초급정도) 영화의 내용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알아들었는지 싶다.
나중에 DVD로 자막달린거로 꼭 다시 보고 싶다고.
영화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까 그 아저씨에 관한 얘기를 계속 한다.
아까 아저씨 있을때는 아무말도 안하더니, 이제와서 '너무 친절이 지나처서 부담스러웠다' 라는둥 'KTX에서 내린후에 헤어졌으면 그걸로 좋았을텐데' 라는 둥... 아까 얘기 했으면 좋았잖아 -_-;
그 아저씨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야스토군한테 전화번호를 준것 같은데
결국 전화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새록새록.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들른 오락실
----- 9월17일 금요일 -----
아침일찍 만나서 종로로 향했다.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경복궁과 인사동 명동 등등... 이라고 생각하고:D
날씨는 캡 좋은 상태. 경복궁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즐겁게 보냈다.
커다란 장기판이 있길래... 해맑다
소풍날이었는지 유치원생들이 좀 많아서 신경쓰였지만..^-^;
민속박물관을 관광하면서 제일 즐거워했다.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라고 묻는데 술술 대답하지 못해서 답답하긴 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문화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워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부분은 설명하기 힘들었다.
한쪽으로 치우쳐서 말하다보면 조금 감정적으로 몰아가게 되니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인사동으로 갔다. 뭘 먹을까 하고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댄다. 일본에도 냉면이 있지만 전혀 맵지 않다며...
괜찮아보이는 냉면집으로 들어가서 비빔냉면을 두개 시켰다.
'맵지 않아?' 라고 몇번이나 물었는데, 전혀 맵지 않다며 한그릇을 다 먹었다.
일본인은 매운것에 약하다고 알고있었는데... 왠지 시시해졌다고나 할까(←)
'아악! 매워!매워!물!물!' <-사실은 이런 반응을 기대했는데.
뱃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동대문행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안에서 핸드폰 스트랩 따위를 팔고 있는 아저씨를 보며 매우 신기해 했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안에서 상행위를 하는것은 금지이기 때문에...
동대문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았다. 겉옷이랑 바지를 사고싶다고 하길래 천천히 쇼핑을 했는데, 점원들이 일본어로 '뭐 찾는거 없어? 싸게 해 줄께' 라며 말을 걸어서 조금 놀랐다 아아.. 모두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한참 돌아다니다가 회색점퍼와 갈색 바지를 한벌 샀다.
'일본보다 가격이 싸긴 한데, 거의다 일본에 있는 물건들이네...' 라고.
그게 그럴수밖에 없는게 물건들이 거의다 일본에서 떼어오는 거니까 orz
쇼핑을 마치고 명동에 가서 사람구경을 조금 하다가 떡볶이를 먹고(역시 잘먹었다. 전혀 '맵다'고 하지 않은채...) 서울타워로 향했다.
가는길에 쬐금 헤매긴 했지만 뭐, 무사히 도착:)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서 서울타워안으로 들어갔다.
야경을 보거나 하며 즐거워했는데, 나는 몇번이고 갔던곳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조금 별로였는데, 야스토군은 매우 즐거워했다. 역시 일본인은 높은곳에서 뭔가 보는것을 좋아하는것일까..^-^ 야스토군은 이번 여행에서 제일 즐거웠던곳은 서울타워였다. 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남산에서 내려오니 어느덧 시간이 늦어버려서 내일을 기약하며 바이바이-했다.
----- 9월18일 토요일 -----
오늘은 롯데월드 가는 날. 놀이공원은 오랫만이어서 마음이 설레었다.
나도 어느새 관광객이 된 느낌이 되었달까. :)
토요일이라서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적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인 듯 싶었다. 다행히 비는 1시쯤에 개기 시작했다~
전날 인터넷에서 뽑은 옥토버 페스티벌 쿠폰으로 2명이서 자유이용권을 4만원에 끊어서 들어갔다. '커플 할인권' 이라는 이름이었는데, 굳이 커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남녀 한쌍이었기 때문에=ㅂ=) 그리고 매직아일랜드에서 하는 맥주축제도 공짜! 먹고싶은만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축제라고 설명해 줬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당장 가잰다-_-;
유일하게 같이 찍은 사진이지만...얼굴이 너무 바보같이 나왔엇
중요놀이기구(무서운것..!) 몇개를 타고 6시쯤에 매직아일랜드로 나갔다. 문제의 '공짜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혹시 공짜맥주라서 미지근하다거나 한건 아닐까 하고 엄청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치킨몇조각을 사가지고 야외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에서는 인디밴드의 즉석 공연이 펼처지고 있었고, 맥주는 맛있었다.
밖에서 먹으면 뭐든지 맛있다더니 정말인 것 같았다^-^
(야스토군은 5잔이나 마셨다. 저 작은 배 안에 뭐가 들어있는건지(...))
맥주를 다 마시고 나서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평소에는 그냥 세계각국의 이미지를 퍼레이드 했었는데, 때마침 곧 추석이기 때문에 조금 특별한 퍼레이드를 했다. 한국의 전통 한복과 강강수월레등등... 야스토군은 연신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았어~' 를 연발하며 싱글벙글.
그중에서도 특히 상모돌리는것을 보며 신기해 했다.
(여기서 퍼레이드의 사진을 찍긴 했는데 카메라의 한계로 모조리 잘못나왔다.
흑흑... 기변의 압박>_<)
퍼레이드가 끝나고 9시쯤에 신천으로 이동해서 동동주를 마시러 갔다.
맥주를 5잔이나 마시고 난 후인데도 엄청 잘 마신다. 일본인은 술에 약하다는 편견을 확 깨버리게 해 주는군(...) 아니, 그러고보니 매우것에도 엄청 강하고!
----- 9월19일 일요일 -----
오늘은 일명 '젊음의 거리 투어'
뭐, 내마음대로 지어 낸 제목이지만 그럴듯 하다.
신촌에서 불고기를 먹고(오이시이 오이시이~) 홍대로 향했다.
프리마켓을 보러 갔는데, 일본의 프리마켓과 조금 다르다고 한다. 일본의 '프리마켓' 이라고 하면 자기가 쓰던 물건을 가지고 와서 파는거라고 한다. 홍대의 프리마켓은 자기가 직접 만든 제품을 파는 것. 음. 조금 미묘하게 다르네-
여기서 별로 살것은 없었기 때문에 이대쪽으로 갔다.
이대에 신호가 엄청빨리 바뀌는 횡단보도가 있었는데, 야스토군은 이미 한국의 신호등에 익숙해진것인지 빨간불로 변했는데도 천천히 걷고 있다. 하하하-_-;
이대에 온 기념으로 학교안에도 들어가봤는데 덥기만 하고 별로 볼것은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종로의 교보문고로 향했다.
거기서 5학년 2학기 '읽기'교과서랑 어린이용 동화책(CD가 들어있었다!) 2권, 그리고 한일/일한 사전을 샀다. 요즘은 동화책에 CD도 딸려 나오는구나- 라며 신기해 했다. '이걸로 한국어 공부가 되겠지!' 라며 싱글벙글.
일본에도 큰 서점은 많이 있지만, 대부분이 1층,2층,3층으로 나뉘어저 있기 때문에 교보문고처럼 한층짜리의 커다란 서점은 처음 본다고 한다. 흐흠. 과연... 일본은 땅값이 비싸니까 이렇게 만들지 않는 것이려나...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다시 홍대로.(왠지 빙글빙글 투어)
한국의 매운맛의 결정체인 '불닭'을 먹으러 갔다.
'괜찮겠어?' 라고 몇번이고 확인한 뒤, 지옥에 들어가는 사람들처럼 뻣뻣한 자세로 입장. 최근에 불닭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10분정도 기다린 후, 드디어 불닭님 입장.
색깔의 압박. 무섭다.
나도 불닭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조금 긴장되었다.
한입먹었다.
...얽
맵다. 아니, 맵다라고 하긴 뭐한데, 아프다..! 입이...!
잠시 정신을 차리고 야스토군을 돌아보니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고있다.
일본인에게 졌다. 아아.....orz
난 너무 매워서 많이 먹지 못했는데, 야스토군은 맛있다며 다 먹어치웠다.
대단하다... 존경의 박수를;
불닭을 다 먹고 홍대근처의 클럽에 가려고 했는데, 9시에 공연이 끝난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8시 40분. 곧 끝나는 시간이네...
내가 야스토군에게 일본어로 '조금있다가 끝나버린대...' 라고 설명하니 거기 언니가 '아, 일본에서 오신거에요? 그렇다면 지금 그냥 들어가세요. 아마 앵콜같은거도 할테니까..^^' 라며 밝게 웃어주는게 아닌가!
야스토군은 '공짜다공짜~' 라고 신나하며 안으로 뛰듯이 들어갔다.
어이..그렇게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_-;
공연장 안은 이미 후반부이기 때문에 후끈후끈한 상태. 끝나갈무렵이었지만 앵콜까지 합해서 4곡 정도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정도면 좋은수확>_<)/
내일은 수원성에 가기로 했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는데...
뭐, 괜찮겠지!
----- 9월20일 월요일 -----
괜찮지 않아...................
비, 많이 온다. 일기예보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올 줄은...
결국 수원성 구경은 얼마 하지 못했다.
그 유명하다는 수원갈비를 먹고(동네에서 파는 갈비랑 별반 다를꺼 없던데-_-;) 그냥 돌아가기 뭐해서 찜질방에 갔다. 일본에는 찜질방이 없으니까,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고~ (←라기보단, 계속되는 여행으로 지처있었기 때문에, 좀 지지고싶었다. 하하하)
원래 요금이 8천원인데, 9월 한달동안은 2천원 할인이란다. 오옷..
야스토군은 '역시 운이 좋은사람이야 나는~' 라며 기뻐한다.쫌생이
찜질방 안에서 TV를 봤는데, 어떻게 된게 나보다 더 탤런트 이름을 잘 안다.
젊은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중년 연예인이 나오면 '아, 저사람 그 드라마에서 나온 사람이지?' 라고 묻는다. 나는 드라마 잘 안보기 때문에 거의 모르는데;;;
----- 9월21일 화요일 -----
오늘 야스토군이 떠났다.
이번주말까지 한국에 있는다고 한다. 지금은 경주에 있다.
오늘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경주 구경을 한 뒤 모레아침에 부산으로 간다고 한다. 그쪽에 선배가 아는 사람이 있어서 어떻게든 될 꺼라며 밝게 웃는다.
나는 전형적인 A형이기 때문에 무슨일을 하기전에 앞조사(?!)를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불안하기 때문에... 야스토군은 B형. 굉장히 낙천적이다. 왠지 조금 부러웠다.
좀전에 '경주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았다'고 전화가 왔다.
다행히 잘 도착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왠지 6일이란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때 까지 건강했으면:)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
고속버스터미널의 롯X리아에서. 마지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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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엔 너무 즐거운 기억이어서 이곳에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스크롤 압박 주의!)
----- 9월16일 목요일 -----
일본어 학원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모시모시, 히로시 야스토 데스가...'
아, 야스토군이었다. 부산에 잘 도착해서 지금 KTX를 타기 직전이라고.
혼자서 18시간동안 배를 타고 부산까지 오다니, 정말 대단하다.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은 3시 30분.
수업 끝나고 출발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응. 지금 출발할께. 이따가 만나!'
오후 3시. KTX 4번 대기소.
열차 도착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사말을 적어놓은 쪽지를 조금 들여다보고 있으니 열차가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렀다. 창문으로 밑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려오고 있다.
야스토군의 얼굴은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지만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군인모자를 쓰고 있다고 했으니 틀림없이 저 사람 이겠지.
게다가 커다란 가방까지 매고 주변을 끊임없이 두리번거리고 있다.
인사하려고 다가가는데, 옆에 왠 아저씨가 한 분 서 있었다.
둘이서 뭔가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있고...음...? 분명 혼자 온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오는 배안에서 만난 아저씨라고 한다.
작은 회사의 사장님이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도어록 판매 사업을 한다고..
부산에 도착하고나서는 둘이 같이 밥도 먹었다고 한다. 헤에...
야스토군은 원래 2호선 합정쪽에 숙소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그 아저씨가 '서울은 비싸니까, 안양쪽에 알아봐. 그쪽이 더 싸니까.' 라며 함꼐 안양으로 가잔다. '안양은 안좋은 업소도 많고 서울에서 머니까 여행자한테는 불편할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들은 어느새 안양으로
버스는 광속의 속도로 달려서 안양에 도착했고, 생각했던대로 굉장히 후미진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위험했을지도...orz
아저씨는 갑자기 자기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 가자며 허름한 건물의 2층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차를 내어 주고 잠시 기다리라며 자기 업무를 보기 시작... 에?(...) 내일 뭐할꺼냐고 묻길래 '경복궁이랑 서울타워랑 인사동..같은데 갈꺼에요' 라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자기가 내일 무슨 모임이 있으니 거기에 함께 가잰다. 밤에 캠프파이어도 하니까 재미있을꺼라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금은 조금 늦어버린걸지도 모르지만, 역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저씨한테 딱 잘라 말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예정을 잡고 온 거고, 서울에 숙박할곳도 미리 예약을 해 둔 상태라서 아저씨랑 같이 가지는 못하겠다' 라고.
물론 내가 말했다. 일본 친구는 그냥 계속 헤헤웃고있는 상태(...)
아저씨는 조금 섭섭한 얼굴을 약간 짓더니, 그럼 그렇게 하라며 잘가라고 했다.
사무실에서 나와서 주변사람에게 지하철역이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이 근처에는 없다고(...) 겨우겨우 서울가는 버스정류장을 찾아내서 숙소에 도착.
'야. 아까 왜 아저씨한테 확실하게 말 안했어? 숙소 미리 예약했다고 해야지'
라고 했더니,
'아..그건 그렇지만 그 아저씨 나한테 밥도 사줬고 차 요금도 내줘서 너무 고마워서... 근데 사무실까지 간건 좀 그렇네.'
...위험하잖앗; 좀더 몸을 사려줬으면 좋겠는데.
뭐. 어차피 남자니까 상관없으려나...
짐을 풀고나니 어느덧 7시가 다 되어서 이미 관광을 하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뭐할까? 영화라도 보고싶어?'
'좋아. 한국영화 보고싶어. 예쁜 배우 나오는걸로' (...)
안타깝게도 '예쁜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없었기 때문에 '가족' 을 봤다.
친구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어서(한국어는 초급정도) 영화의 내용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알아들었는지 싶다.
나중에 DVD로 자막달린거로 꼭 다시 보고 싶다고.
영화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까 그 아저씨에 관한 얘기를 계속 한다.
아까 아저씨 있을때는 아무말도 안하더니, 이제와서 '너무 친절이 지나처서 부담스러웠다' 라는둥 'KTX에서 내린후에 헤어졌으면 그걸로 좋았을텐데' 라는 둥... 아까 얘기 했으면 좋았잖아 -_-;
그 아저씨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야스토군한테 전화번호를 준것 같은데
결국 전화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새록새록.

----- 9월17일 금요일 -----
아침일찍 만나서 종로로 향했다.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경복궁과 인사동 명동 등등... 이라고 생각하고:D
날씨는 캡 좋은 상태. 경복궁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즐겁게 보냈다.

소풍날이었는지 유치원생들이 좀 많아서 신경쓰였지만..^-^;
민속박물관을 관광하면서 제일 즐거워했다.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라고 묻는데 술술 대답하지 못해서 답답하긴 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문화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워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부분은 설명하기 힘들었다.
한쪽으로 치우쳐서 말하다보면 조금 감정적으로 몰아가게 되니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인사동으로 갔다. 뭘 먹을까 하고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댄다. 일본에도 냉면이 있지만 전혀 맵지 않다며...
괜찮아보이는 냉면집으로 들어가서 비빔냉면을 두개 시켰다.
'맵지 않아?' 라고 몇번이나 물었는데, 전혀 맵지 않다며 한그릇을 다 먹었다.
일본인은 매운것에 약하다고 알고있었는데... 왠지 시시해졌다고나 할까(←)
'아악! 매워!매워!물!물!' <-
뱃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동대문행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안에서 핸드폰 스트랩 따위를 팔고 있는 아저씨를 보며 매우 신기해 했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안에서 상행위를 하는것은 금지이기 때문에...
동대문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았다. 겉옷이랑 바지를 사고싶다고 하길래 천천히 쇼핑을 했는데, 점원들이 일본어로 '뭐 찾는거 없어? 싸게 해 줄께' 라며 말을 걸어서 조금 놀랐다 아아.. 모두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한참 돌아다니다가 회색점퍼와 갈색 바지를 한벌 샀다.
'일본보다 가격이 싸긴 한데, 거의다 일본에 있는 물건들이네...' 라고.
그게 그럴수밖에 없는게 물건들이 거의다 일본에서 떼어오는 거니까 orz
쇼핑을 마치고 명동에 가서 사람구경을 조금 하다가 떡볶이를 먹고(역시 잘먹었다. 전혀 '맵다'고 하지 않은채...) 서울타워로 향했다.
가는길에 쬐금 헤매긴 했지만 뭐, 무사히 도착:)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서 서울타워안으로 들어갔다.
야경을 보거나 하며 즐거워했는데, 나는 몇번이고 갔던곳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조금 별로였는데, 야스토군은 매우 즐거워했다. 역시 일본인은 높은곳에서 뭔가 보는것을 좋아하는것일까..^-^ 야스토군은 이번 여행에서 제일 즐거웠던곳은 서울타워였다. 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남산에서 내려오니 어느덧 시간이 늦어버려서 내일을 기약하며 바이바이-했다.
----- 9월18일 토요일 -----
오늘은 롯데월드 가는 날. 놀이공원은 오랫만이어서 마음이 설레었다.
나도 어느새 관광객이 된 느낌이 되었달까. :)
토요일이라서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적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인 듯 싶었다. 다행히 비는 1시쯤에 개기 시작했다~
전날 인터넷에서 뽑은 옥토버 페스티벌 쿠폰으로 2명이서 자유이용권을 4만원에 끊어서 들어갔다. '커플 할인권' 이라는 이름이었는데, 굳이 커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남녀 한쌍이었기 때문에=ㅂ=) 그리고 매직아일랜드에서 하는 맥주축제도 공짜! 먹고싶은만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축제라고 설명해 줬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당장 가잰다-_-;

중요놀이기구(무서운것..!) 몇개를 타고 6시쯤에 매직아일랜드로 나갔다. 문제의 '공짜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혹시 공짜맥주라서 미지근하다거나 한건 아닐까 하고 엄청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치킨몇조각을 사가지고 야외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에서는 인디밴드의 즉석 공연이 펼처지고 있었고, 맥주는 맛있었다.
밖에서 먹으면 뭐든지 맛있다더니 정말인 것 같았다^-^
맥주를 다 마시고 나서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평소에는 그냥 세계각국의 이미지를 퍼레이드 했었는데, 때마침 곧 추석이기 때문에 조금 특별한 퍼레이드를 했다. 한국의 전통 한복과 강강수월레등등... 야스토군은 연신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았어~' 를 연발하며 싱글벙글.
그중에서도 특히 상모돌리는것을 보며 신기해 했다.
(여기서 퍼레이드의 사진을 찍긴 했는데 카메라의 한계로 모조리 잘못나왔다.
흑흑... 기변의 압박>_<)
퍼레이드가 끝나고 9시쯤에 신천으로 이동해서 동동주를 마시러 갔다.
맥주를 5잔이나 마시고 난 후인데도 엄청 잘 마신다. 일본인은 술에 약하다는 편견을 확 깨버리게 해 주는군(...) 아니, 그러고보니 매우것에도 엄청 강하고!
----- 9월19일 일요일 -----
오늘은 일명 '젊음의 거리 투어'
뭐, 내마음대로 지어 낸 제목이지만 그럴듯 하다.
신촌에서 불고기를 먹고(오이시이 오이시이~) 홍대로 향했다.
프리마켓을 보러 갔는데, 일본의 프리마켓과 조금 다르다고 한다. 일본의 '프리마켓' 이라고 하면 자기가 쓰던 물건을 가지고 와서 파는거라고 한다. 홍대의 프리마켓은 자기가 직접 만든 제품을 파는 것. 음. 조금 미묘하게 다르네-
여기서 별로 살것은 없었기 때문에 이대쪽으로 갔다.
이대에 신호가 엄청빨리 바뀌는 횡단보도가 있었는데, 야스토군은 이미 한국의 신호등에 익숙해진것인지 빨간불로 변했는데도 천천히 걷고 있다. 하하하-_-;
이대에 온 기념으로 학교안에도 들어가봤는데 덥기만 하고 별로 볼것은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종로의 교보문고로 향했다.
거기서 5학년 2학기 '읽기'교과서랑 어린이용 동화책(CD가 들어있었다!) 2권, 그리고 한일/일한 사전을 샀다. 요즘은 동화책에 CD도 딸려 나오는구나- 라며 신기해 했다. '이걸로 한국어 공부가 되겠지!' 라며 싱글벙글.
일본에도 큰 서점은 많이 있지만, 대부분이 1층,2층,3층으로 나뉘어저 있기 때문에 교보문고처럼 한층짜리의 커다란 서점은 처음 본다고 한다. 흐흠. 과연... 일본은 땅값이 비싸니까 이렇게 만들지 않는 것이려나...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다시 홍대로.
한국의 매운맛의 결정체인 '불닭'을 먹으러 갔다.
'괜찮겠어?' 라고 몇번이고 확인한 뒤, 지옥에 들어가는 사람들처럼 뻣뻣한 자세로 입장. 최근에 불닭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10분정도 기다린 후, 드디어 불닭님 입장.

나도 불닭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조금 긴장되었다.
한입먹었다.
...얽
맵다. 아니, 맵다라고 하긴 뭐한데, 아프다..! 입이...!
잠시 정신을 차리고 야스토군을 돌아보니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고있다.
일본인에게 졌다. 아아.....orz
난 너무 매워서 많이 먹지 못했는데, 야스토군은 맛있다며 다 먹어치웠다.
대단하다... 존경의 박수를;
불닭을 다 먹고 홍대근처의 클럽에 가려고 했는데, 9시에 공연이 끝난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8시 40분. 곧 끝나는 시간이네...
내가 야스토군에게 일본어로 '조금있다가 끝나버린대...' 라고 설명하니 거기 언니가 '아, 일본에서 오신거에요? 그렇다면 지금 그냥 들어가세요. 아마 앵콜같은거도 할테니까..^^' 라며 밝게 웃어주는게 아닌가!
야스토군은 '공짜다공짜~' 라고 신나하며 안으로 뛰듯이 들어갔다.
어이..그렇게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_-;
공연장 안은 이미 후반부이기 때문에 후끈후끈한 상태. 끝나갈무렵이었지만 앵콜까지 합해서 4곡 정도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정도면 좋은수확>_<)/
내일은 수원성에 가기로 했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는데...
뭐, 괜찮겠지!
----- 9월20일 월요일 -----
괜찮지 않아...................
비, 많이 온다. 일기예보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올 줄은...
결국 수원성 구경은 얼마 하지 못했다.
그 유명하다는 수원갈비를 먹고(동네에서 파는 갈비랑 별반 다를꺼 없던데-_-;) 그냥 돌아가기 뭐해서 찜질방에 갔다. 일본에는 찜질방이 없으니까,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고~ (←
원래 요금이 8천원인데, 9월 한달동안은 2천원 할인이란다. 오옷..
야스토군은 '역시 운이 좋은사람이야 나는~' 라며 기뻐한다.
찜질방 안에서 TV를 봤는데, 어떻게 된게 나보다 더 탤런트 이름을 잘 안다.
젊은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중년 연예인이 나오면 '아, 저사람 그 드라마에서 나온 사람이지?' 라고 묻는다. 나는 드라마 잘 안보기 때문에 거의 모르는데;;;
----- 9월21일 화요일 -----
오늘 야스토군이 떠났다.
이번주말까지 한국에 있는다고 한다. 지금은 경주에 있다.
오늘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경주 구경을 한 뒤 모레아침에 부산으로 간다고 한다. 그쪽에 선배가 아는 사람이 있어서 어떻게든 될 꺼라며 밝게 웃는다.
나는 전형적인 A형이기 때문에 무슨일을 하기전에 앞조사(?!)를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불안하기 때문에... 야스토군은 B형. 굉장히 낙천적이다. 왠지 조금 부러웠다.
좀전에 '경주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았다'고 전화가 왔다.
다행히 잘 도착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왠지 6일이란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때 까지 건강했으면:)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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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4/09/21 20:53 | 여행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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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뭔가 대단해보여<-
근데 매운걸 잘먹는다니.. 일본인으로 변장(?)한 한국인.?. +ㅁ+
..그..그렇지 않고서는.!!;;;;.
여하튼. 사진좀 잘찍지 그러셨어요오~ ㅋㅋ
글 읽는데도 참 즐거운 마음이 그대로 보여져서 재밌게 봤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