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소심함의 끝은 어디인가?


몇일전 아침,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를 하느라 화장대 앞에 앉아서 드라이기로 열심히 머리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출근준비를 하고 있으면 저희집 고양이 두 마리는 바로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골골거리고 있거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열심히 냄새를 뭍히곤 하지요. 그날은 흑미가 제 옆에 앉아 있었고 율무가 빙글빙글 돌며 냄새를 뭍히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다 말리고 나서 드라이기의 전선을 돌돌말아 정리한 뒤, 두번째 서랍을 열어 드라이기를 넣고 서랍을 닫는 그 순간,

'니야아아아아아아앙!!!' 하는, 율무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어요.
깜짝 놀라서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서랍에 꼬리가 끼었더군요. 얼른 서랍을 다시 열어서 꼬리를 빼 주고 연신 '미안해 미안해' 하며 얼른 빗을 꺼내들어 열심히 빗어줬습니다.

빗질과 쓰다듬어주는것을 좋아하는 율무는 마음이 풀렸는지 이내 다시 고릉거리며 부비부비를 해 줬습니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옆에 앉아있어야 할 흑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두리번거리다가 위쪽으로 고개를 올려 보니,

장농위에서 몸을 반쯤 감추고 털을 있는대로 부풀려서는 오들오들 떨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흑미와 눈이 마주첬습니다. 자기 꼬리가 낀 것도 아니고 형 꼬리가 낀건데 울음소리때문에 엄청 놀랐나봐요. 평소에는 무거운 몸 때문에 침대위에 올라가는것조차도 버거워하는 녀석이 0.1초만에 눈썹을 휘날리며 도망을 친 거죠-.-;

암튼.. 정작 꼬리가 끼어서 다친 당사자인 율무는 금새 쿨하게 잊어버렸는데,
흑미 녀석은 제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계속 장농위에서 커다란 눈을 때룩때룩 굴리며 숨어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소심함은 어디까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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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 2008/07/22 13:43 | 고양이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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